여성의 질 건강은 단순히 생식기 건강을 넘어서 전반적인 삶의 질과 직결됩니다. 그 중 질염은 매우 흔한 여성 질환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여성이 드물 정도입니다. 그러나 많은 여성이 질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증상이 비슷하다고 느껴 자가 진단이나 인터넷 정보에 의존해 잘못된 방법으로 대응하기도 합니다. 질염은 세균성, 칸디다, 트리코모나스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뉘며, 각각의 발생 원인, 증상, 치료법이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세 가지 질염의 증상 차이를 깊이 있게 비교해보고, 어떤 기준으로 질염을 구분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아봅니다.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기 치료와 예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균성 질염: 생선 냄새와 묽은 회색 분비물
세균성 질염(Bacterial Vaginosis)은 20~40대 가임기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염 유형입니다. 이 질염은 여성 질 내 정상적으로 존재하던 유산균(락토바실리)이 줄어들고, 혐기성 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질 내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합니다. 외부 감염보다는 내부 세균 불균형에 의해 유발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비릿한 생선 냄새이며, 특히 성관계 후 냄새가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비물은 회색빛을 띤 묽은 액체 형태로 나타나며, 양이 많아지고 팬티에 얼룩이 생기기 쉬워집니다. 가려움이나 따가움은 심하지 않지만, 불쾌한 냄새와 분비물 변화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생활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질 pH가 산성(3.8~4.5)에서 알칼리성(5 이상)으로 변하는 것도 세균성 질염의 특징입니다. 항생제 과용, 질세정제 남용, 스트레스, 피임기구 사용, 성 파트너 변화 등도 원인이 됩니다. 일부 여성은 무증상일 수도 있어,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합니다.
치료는 주로 항생제 복용 또는 질정 형태의 항생제 치료가 이뤄지며, 치료 후에도 재발률이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치료 후에는 질 내 유익균 회복을 위한 유산균 섭취, 질세정 자제, 면속 속옷 착용, 외음부 위생 관리 등을 병행해야 합니다. 특히 생리 기간 중 세균 번식이 쉬우므로, 생리 위생도 중요한 예방 요인 중 하나입니다.
칸디다 질염: 치즈 같은 덩어리 분비물과 극심한 가려움
칸디다 질염(Candidiasis)은 곰팡이균의 일종인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생기는 진균성 감염입니다. 칸디다는 원래 여성의 질 내에 소량 존재하는 균으로, 특별히 유해하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항생제 복용 후 유익균이 파괴되었을 때 급격히 증식해 질염을 유발합니다.
칸디다 질염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덩어리진 흰색 분비물로, 마치 치즈 또는 두부 찌꺼기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분비물에서 냄새는 거의 나지 않지만, 가려움이 매우 강하고 따가움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배뇨 시 화끈거리는 느낌이나 성교통도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입니다.
칸디다 질염은 특히 임산부, 당뇨 환자, 면역력 저하자에게 잘 발생하며, 스테로이드 사용, 피임약 복용, 잦은 항생제 사용 등도 발병 원인이 됩니다. 생리 전후, 과도한 당 섭취, 꽉 끼는 속옷이나 통풍이 안 되는 환경도 칸디다 질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항진균제 복용 또는 질정 치료가 주로 사용되며,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연고나 크림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 원인 해결 없이 반복 치료만 받을 경우 재발이 잦으므로, 식이조절, 면역력 강화, 속옷 위생 개선 등 생활습관 개선이 매우 중요합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 황록색 거품 분비물과 성교통
트리코모나스 질염(Trichomoniasis)은 기생충인 트리코모나스 바지날리스(Trichomonas vaginalis)에 의해 발생하는 성병(STD)의 일종입니다. 세균성이나 칸디다 질염과 달리,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전염성 질환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파트너와 함께 치료가 필요합니다.
증상은 거품이 섞인 황색~황록색 분비물, 강한 악취, 심한 외음부 가려움증, 작열감, 배뇨통 등이 있습니다. 또한 질 점막이 붉게 부어오르거나 성교 중 통증(성교통)이 나타날 수 있으며, 질 안의 점막이 손상되면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트리코모나스 감염은 질 내 환경을 급격히 바꾸며, 다른 질환과 혼합감염이 자주 일어납니다. 특히 인유두종바이러스(HPV), 클라미디아,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어, 반드시 빠르게 치료해야 합니다.
치료는 항기생충제인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이나 티니다졸(Tinidazole)을 복용하며, 반드시 성 파트너도 함께 치료해야 재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증상이 나아졌다고 해도 치료 완료 전까지 성관계를 피해야 하며, 콘돔을 통한 예방도 중요합니다.
세균성, 칸디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모두 여성에게 불쾌감을 주는 질환이지만, 원인균, 감염 경로, 분비물 색과 냄새, 치료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세균성은 냄새가 강한 회색 분비물, 칸디다는 냄새 없는 흰색 덩어리, 트리코모나스는 악취가 있는 황록색 거품 분비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가진단만으로는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증상이 혼합되거나 무증상일 수도 있어,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산부인과를 방문해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재발을 방지하려면 단순히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생활습관 개선과 꾸준한 질 건강 관리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질염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충분한 지식과 대비가 있다면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정기 검진, 올바른 위생관리, 면역력 유지를 통해 언제나 질 건강을 관리해보세요.